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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리뷰] 청년여성이 머무는 충북, 일의 설렘과 삶의 즐거움 공존 기대 새글핫이슈
기고자 : 박민정 연구위원 신문사 : 충청리뷰 게시일 : 2026.02.25 조회수 : 22

[2026. 02. 25. 발간]

[충청매일 - 칼럼 - 박민정의 함께 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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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연휴가 끝나면 오송역과 버스터미널은 고향을 뒤로하고 다시 수도권으로 향하는 청년들로 북새통을 이룹니다. 언뜻 활기찬 귀경길 풍경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북적임은 이미 충북을 떠난 청년들이 잠시 고향을 다녀가는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합니다. 명절이 지나면 이내 적막해질 터미널의 풍경은 충북이 마주한 인구 유출의 민낯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냅니다.


명절 끝, 청년들의 탈(脫) 충북


통계가 말해주는 현실은 훨씬 무겁습니다. 분석에 따르면, 충북 청년(20~39세)의 시도 간 전출 비중은 무려 60%에 달하며, 그중에서도 20~24세 여성 인구는 2022년 한 해에만 1105명이 순유출되어 전 연령대 중 가장 심각한 이탈을 기록했습니다. 교육과 꿈을 위해 고향을 떠났던 청년들이 왜 취업과 정착의 시기에 다시 충북으로 발길을 돌리지 않는지, 우리는 명절의 짧은 만남 뒤에 가려진 그들의 진솔한 사연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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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년 성별 인구 전입, 전출 현황(2022)출처:황경란 외, 《충북 청년여성의 유출현황 및 정책과제》, 충북여성재단 (2023)


"내 꿈의 ‘경기장’ 이곳엔 없어요“


만난 청년 여성 A씨(27세)의 이야기는 우리 지역이 처한 일자리 미스매치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청주가 살기 좋다는 건 알아요. 친구도 가족도 다 여기 있으니까요. 하지만 제가 대학에서 전공한 디자인과 콘텐츠 기획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회사가 충북에는 거의 없어요. 지역 기업들은 대부분 제조업 위주라 보조적인 사무직 위주로만 사람을 뽑거든요. 연봉도 연봉이지만, 전문가로서 성장할 수 있는 '경기장' 자체가 서울에만 몰려 있다는 게 고향 정착을 포기하게 만든 가장 큰 이유였어요.“


돌아가고 싶지만, 돌아갈 수 없는 이유


A씨의 말 속에는 많은 청년들이 공감하는 깊은 갈등이 담겨 있습니다. 대학에 가면서 처음 집을 떠날 때, 기차역 플랫폼에서 끝까지 손 흔들던 부모님의 모습은 누구에게나 뭉클한 기억으로 남습니다. 대학 생활 내내 고향의 가족이 그립고,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친구들과 나누던 그 편안함이 그립습니다. 타지에서의 외로움 속에서 '그래도 고향에는 나를 아는 사람들이 있다'는 안정감이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지, 고향을 떠나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압니다.


그런데 막상 졸업 시즌이 되면 현실의 벽 앞에서 고민이 시작됩니다. '돌아가고 싶다. 하지만 내가 꿈꾸는 일을, 전문가로서의 성장을 지방에서도 이룰 수 있을까?' 이 질문 앞에서 수많은 청년들이 결국 고향행 기차표 대신 서울ㆍ경기행 전세 계약서를 선택하게 됩니다. 가족과의 저녁 식사보다 경력 개발의 기회를, 익숙한 골목길보다 성장할 수 있는 직장을 선택해야만 하는 현실이 청년들을 지역 밖으로 밀어내고 있는 것입니다.


구조적 불균형: 제조업의 도시 이면에 가려진 소프트 파워의 부재


이러한 청년들의 이탈은 충북의 산업 생태계가 반도체, 이차전지 등 남성 고용 유발 효과가 큰 제조업 위주로 편중되어 있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청년 여성이 선호하는 서비스, 문화, 디자인, R&D 분야의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구조적 미스매치’가 지역의 인재들을 수도권으로 밀어내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 타 지역 대비 낮은 임금 수준과 긴 근로 시간은 '삶의 가치'와 '워라밸'을 중시하는 젊은 인재들에게 충북 노동시장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결정적 요인이 됩니다. 실제로 충북여성재단 황경란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충북 청년 여성들은 남성들에 비해 업무 자율성이 제한적이라고 인식하고 있으며, 이는 경직된 조직 문화와 맞물려 지역 안착의 걸림돌이 됩니다.


'생존' 넘어 '취향' 담는 도시


단순히 직장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그녀들의 발길을 잡기에 부족합니다. 황경란 박사 연구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년 여성들은 쇼핑, 문화, 의료 등 '삶의 질'을 결정짓는 생활 인프라(Amenity)의 격차를 지역 이탈의 주요 사유로 꼽았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결혼과 자녀 유무에 따라 그 결핍의 내용이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20대 무자녀 여성들은 밤늦게까지 붐비는 한강 공원이나 취향을 공유할 수 있는 다양한 커뮤니티의 부재, 그리고 야간 보행 안전에 대한 주관적 불안감을 호소하며 '나의 일상이 즐거운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반면 자녀를 둔 세대의 시선은 더욱 냉정합니다. 이들은 영유아 시기의 보육 서비스를 넘어, 자녀가 성장함에 따라 마주하게 되는 교육 인프라의 질적 저하와 문화·체험 시설의 부족을 지역 이탈의 결정적 원인으로 지목합니다. 아이가 자랄수록 '이곳에서 계속 아이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이 커지는 것입니다. 이러한 다각적인 불만족은 결국 청년들이 고향 충북이 아닌 인프라가 우수한 수도권이나 인근 대도시로 발길을 돌리게 만드는 근본적인 원인이 됩니다.


인구 재생산 기반, 맞춤형 정책


이제 충북의 청년 정책은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합니다. 이웃 나라 일본이 '마스다 보고서'를 통해 젊은 여성 인구 감소를 지방 소멸의 핵심 지표로 설정하고 '감성적 정주 환경' 조성에 주력하는 사례를 눈여겨봐야 합니다.


우선 제조업 중심에서 탈피해 충북의 관광자원과 결합한 지식 서비스 및 K-컬처 융합 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합니다. RISE 사업 등을 통해 지역 대학 인재들이 지역 기업에 안착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교육-일자리 연계 정책'을 강화해야 합니다. 또한, 도심 내 복합문화공간을 확충하고 범죄 예방 환경 설계(CPTED)를 강화하여 누구나 안심하고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정주 여건을 조성해야 합니다.


청년들이 떠나는 도시에는 미래가 없습니다. 그들이 살고 싶은 지역은 결국 아동과 노인, 남성 모두가 살기 좋은 지역입니다. 보이지 않는 장벽을 넘어 청년들이 충북에서 주체적인 삶을 설계할 수 있도록 정책적 상상력을 발휘해야 할 때입니다. 충북이 '머물고 싶은 매력적인 도시'로 거듭날 때, 비로소 지역 소멸의 파고를 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꿈꿀 수 있을 것입니다.


박민정_충북연구원의 연구위원으로, 아동·청소년·여성 분야 연구를 수행하며 사회 변화와 지역 발전에 힘쓰고 있습니다. 여러 지역의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충북의 미래를 고민하며, 함께 성장하는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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