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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리뷰] '노부모와 나'의 시대 - 중년 돌봄 부담과 사회적 과제 새글핫이슈
기고자 : 박민정 연구위원 신문사 : 충청리뷰 게시일 : 2025.07.22 조회수 : 7

[2025. 07. 22. 발간]

[충청매일 - 칼럼 - 박민정의 함께 크는 이야기]



충북에 거주하는 40대 직장인 A씨는 70대 노부모와 함께 생활한 지 10년이 되었다. 20대 시절 독립해 외지에서 생활하던 그는 어머니의 건강 악화와 자신의 직장 생활 권태기가 겹치면서 부모님과의 합가를 결심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생활 공간을 공유하는 정도로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부모와 자녀 간의 역할 재편과 상호 이해가 필요한 복잡한 과정이었다. 


“육아는 정보를 얻기 쉬워요. 육아 관련 책도 쉽게 볼 수 있고, 온라인 커뮤니티도 많죠. 하지만 성인이 된 자식이 노부모와 함께 사는 것에 대한 가이드북은 없어요.”


A씨는 육아에 관한 정보는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성인이 된 자녀가 노부모와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한 정보는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오랜 시간 독립적으로 생활하던 A씨는 부모님과 함께 생활하게 되면서 여러 역할을 맡게 되었다. "처음에는 외삼촌이 '집사'라고 놀릴 정도로 부모님을 위한 운전기사, 병원 동행, 행정처리 대리인 등 다양한 역할을 맡게 됐다"며 당시의 상황을 회상했다.



 노부모 돌봄 ‘현실’


부모 돌봄은 현실적으로 만만치 않다. 건강검진 하나에도 많은 노동이 필요했다. A씨의 어머니는 “큰 병이라도 발견되면 치료비는 어떻게 감당하냐”며 건강검진 자체를 두려워했다. 또한 A씨는 디지털 문해력이 낮은 어머니를 대신해 복잡한 병원 예약 시스템, 정부지원 신청 등을 도맡아야 했다.


고령 부모는 질병에 대한 불안감, 경제적 부담, 디지털 문해력 부족 등의 문제로 인해 의료 접근성 자체에 어려움을 겪는다. 병원 예약이나 정부 지원 신청이 대부분 온라인으로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자녀가 모든 절차를 대리해야 하는 현실은 중년 돌봄자의 부담을 더욱 가중시킨다.


최근 A씨는 감기 진료를 위해 새벽부터 병원 대기줄에 서야 했다. 이처럼 일상적인 질병 관리조차 상당한 시간과 자원이 소요되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디지털화된 병원 예약 시스템이나 정부 지원 신청 절차 등에서 노부모가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잦았고, 결국 A씨가 모든 절차를 대리 수행하게 되는 일이 반복되었다. A씨는 부모님과 함께 병원을 방문하면서 현실적인 돌봄의 어려움을 다시 한번 체감했다고 밝혔다.

 


사각지대에 놓인 ‘부모’


그러나 제도는 여전히 부모 돌봄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현행 가족돌봄휴가 제도는 자녀 돌봄에 대해서는 유급휴가를 제공하지만, 노부모 돌봄에 대해서는 무급으로 처리되고 있다. A씨는 “부모든 자녀든 돌봄이 필요한 건 똑같다”며, “노부모 돌봄도 동일하게 유급휴가로 지원받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노인을 돌보는 일은 단기간에 끝나는 일이 아니라, 예기치 않게 반복되고 장기화되기 쉬운 과정"이라며, 유급휴가 외에도 일시적 대체 인력 제도나 돌봄 상병수당 도입과 같은 보다 실질적인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기업 차원의 인식 변화도 강조했다. 


A씨는 주변 사례들을 보며 다가올 현실에 대한 걱정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과 같은 또래들이 부모 돌봄과 자녀 양육, 그리고 경제활동까지 동시에 감당하는 ‘샌드위치 세대’임을 자각하고 있다. 이들은 돌봄과 생계를 모두 감당하는 일상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A씨는 결혼이나 자녀가 돌봄의 해답이 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고 말한다. 그는 “내가 부모를 돌보았다고 해서 누군가가 내 노후를 책임져주리라는 보장은 없다”며, 자신의 노후 역시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낀다고 말했다.


 

부모 돌봄, 사회적 책임


자녀 양육과 부모 부양을 동시에 책임지는 중년층이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돌봄과 생계, 개인의 삶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과도한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 1인 가구의 확대, 비혼·고령 인구의 증가 등으로 전통적인 가족 기반 돌봄 모델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결혼과 출산을 통해 돌봄을 해결한다’는 전제는 현실과 괴리되고 있으며, 중년 세대는 부모를 돌보는 동시에 자신의 노후를 준비해야 하는 복합적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중년층의 부모 돌봄 문제는 단지 개인의 희생이나 효심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다. 이는 초고령사회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이며, 사회가 공동으로 대응해야 할 공공의 과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여전히 부모 돌봄을 사적인 책임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제도적 고려와 사회적 논의는 미비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제는 변화가 필요하다. 돌봄휴가 제도의 개편, 노부모 돌봄에 대한 유급휴가 보장, 중년 돌봄자를 위한 상담·지원체계 구축, 지역사회 기반의 노후 돌봄 인프라 확충 등이 시급하다. 부모 돌봄을 개인이 감당해야 할 문제가 아닌,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과제로 인식하고 실질적인 정책적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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