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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타임즈] 홈플러스: 7조원, 1만6천명의 삶 새글핫이슈
기고자 : 윤영한 수석연구위원 신문사 : 충청타임즈 게시일 : 2026.07.09 조회수 :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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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은 누구의 것일까. 주주?, 투자자?, 아니면 노동자와 협력업체, 나아가 지역사회의 것일까. 홈플러스 주인에게 묻고 싶다.

  홈플러스는 한때 새로운 쇼핑문화를 상징했다. 삼성과 영국 테스코가 함께 만든 이 기업은 단순한 대형마트가 아니라 지역의 생활공간이었다. 2015년 업계 1위 MBK파트너가 약 7.2조원을 들여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당시에도 우려는 있었다. 본질적으로 사모(私募)펀드는 특정 기업을 일정 기간 안에 가치를 올려 투자수익을 실현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사모펀드가 그런 것은 아니다. 부실기업을 정상화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드는 사례도 많다. 그러나 홈플러스는 다른 길을 걸었다.

  인수시 발생했던 부채 상황을 위해 점포를 매각한 뒤 다시 장기 임차하는 ‘Sale & Leaseback’이 반복됐다. 무려 1.8조원이 넘는 현금을 확보했지만, 매년 임차료는 증가할 수 밖에 없는 구조였고 그 금액은 자꾸 늘어났다.

  결국 기업은 버티지 못했다. 법원은 회생계획을 유지하기 위해 최소 2000억원의 신규 운영자금​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지만 끝내 마련되지 못했다. 그 결과 회생절차는 종료됐고, 직간접고용 1.6만명에 수많은 입점 소상공인과 납품업체 등 최대 10만명이 생존의 벼랑 앞에 서게 됐다. 법적으로는 추가 자금 투입 의무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법적 책임과 사회적 책임은 결코 같은 말이 아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에서는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운동이 일어났다. 금융자본은 막대한 이익을 가져가지만 위기의 부담은 평범한 시민에게 전가된다는 분노의 표출이었다. 그 이후 세계는 주주의 이익만을 최우선으로 하는 자본주의를 넘어 노동자와 소비자, 협력업체, 지역사회까지 함께 고려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이른바 ‘자본주의 5.0’​이 대두되었다. 기업의 지속가능성은 단기 수익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과 신뢰에서 나온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홈플러스 사태도 그렇다. 기업은 단순한 투자상품이 아니다. 기업은 수많은 사람의 일자리이자 지역경제를 떠받치는 기반이며 공동체의 자산이다. 시장경제는 계약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신뢰와 책임이라는 보이지 않는 자본이 있어야 지속될 수 있다.

  현실적으로 해결은 쉽지 않다. 그러나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사회적 영향력이 큰 기업을 인수하는 사모펀드에는 고용 유지와 협력업체 보호, 과도한 자산매각에 대한 관리 등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회생절차 역시 채권자 중심의 논리를 넘어 노동자와 입점 소상공인의 피해를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보완될 필요가 있다.

  홈플러스의 불이 꺼진 자리에 남은 것은 빈 매장만이 아니다. 그곳에는 자본의 자유와 공동체의 안전 사이에서 우리가 놓쳐온 질문이 남아 있다. 자본은 자유로워야 한다. 그러나 그 자유가 누군가의 삶을 무너뜨릴 때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책임도 따라야 한다. 그것이 시장경제를 오래 지속시키는 힘이며, 우리가 다음 세대에 물려주어야 할 자본주의의 최소 공감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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