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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타임즈] 인간은 결코 합리적이지 않다 새글핫이슈
기고자 : 윤영한 수석연구위원 신문사 : 충청타임즈 게시일 : 2026.08.21 조회수 : 11

  경제학을 처음 배우면 조금 이상적인 인간을 만나게 된다. 필요한 정보를 알고 여러 선택지의 비용과 편익을 계산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게 이성적 인간이라는 거다. 경제학에서 ‘합리적 인간’으로 가정한다.


  그런데 현실의 인간은 결코 그렇지 않다. 주가가 오르면 더 오를 것 같아 사고, 떨어지면 겁이 나서 판다. 필요하지 않은 물건도 할인하면 사고, 손해인 줄 알면서도 이미 투자한 돈이 아까워 사업을 접지 못한다. 경제학자 허버트 사이먼은 인간이 모든 정보를 파악하고 계산할 수 없기 때문에 최선이 아니라 만족할 만한 선택을 한다고 보았다.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는 같은 크기의 이익보다 손실에 훨씬 민감한 인간의 특성을 밝혀냈다.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라기보다 합리적이려고 노력하는 존재에 가깝다.


  국가의 선택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자유로운 교역은 서로에게 이익이다. 각자가 잘 만드는 것에 집중하고 값싸고 좋은 상품을 교환하면 전체의 부가 커진다, 지난 수십 년간 세계화가 확대된 것도 이런 논리였다.


  그러나 지금 세계는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미중 갈등이 보호무역 강화로 연결되고 공급망은 자국과 우방국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더 싼 제품보다 믿을 수 있는 국가의 제품을 선택한다. 관세를 높이면 소비자 가격과 기업의 비용이 올라간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관세장벽을 세운다. 군비 경쟁도 마찬가지다. 상대가 무기를 늘리니 나도 늘리고, 내가 늘리면 상대는 다시 늘린다. 모두가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지만 반드시 더 안전해지는 것은 아니다.


  왜 이런 선택을 할까. 인간과 국가의 선택은 이익과 비용만으로 결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두려움과 불신, 자존심과 공정성에 대한 인식도 작용한다. 특히 상대를 믿지 못하면 경제적으로 손해인 선택도 정치적으로는 합리적인 선택으로 간주된다. 개인의 손실회피와 불신이 국가 단위로 확대되면 보호무역과 자국우선주의가 된다.


  문제는 앞으로다. 코로나를 계기로 형성된 불신은 결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기업들도 가장 싼 공급망보다 조금 비싸더라도 안전한 공급망을 선택하고 있다. 국가 역시 효율보다 반도체와 인공지능, 에너지와 식량 같은 전략산업의 안정성을 중시한다. 세계경제의 기준이 ‘얼마나 싸게 만들 것인가’에서 ‘위기가 왔을 때 누구를 믿을 것인가’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충북도 이 변화에서 자유롭지 않다. 충북은 반도체와 이차전지, 바이오 등 글로벌 공급망에 연결된 산업의 비중이 높다. 앞으로 기업의 투자지역을 결정하는 기준도 비용과 입지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공급망의 안정성, 기술과 인력, 에너지 확보 능력이 지역 경쟁력을 좌우할 가능성이 커진다.


  경제 전망이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된다. 숫자는 과거의 행동을 설명하지만 내일 사람들의 두려움과 불신까지 계산하지는 못한다. 앞으로 세계경제에서 가장 부족한 자원은 돈이나 기술이 아니라 ‘신뢰’일지도 모른다. 


  인간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역설적이지만 그것이 불확실한 시대를 가장 합리적으로 전망하는 출발점이다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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