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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매일] 자녀를 매이게 하는 칭찬 새글핫이슈
작성자 : 서브관리자 기고자 : 배명순 수석연구위원 신문사 : 충청매일 작성일 : 2022.10.24 조회수 : 716

[2022. 09. 29. 발간]

 [충청매일 - 오피니언 - 배명순의 the 생각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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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한다. 이 제목의 책도 유명하다.

아이들을 훈계나 꾸지람보다 칭찬으로 북돋아 주어야 건강하게 자란다는 뜻이다. 필자 세대에게는 부러운 양육방식이다. 전쟁과 보릿고개를 힘겹게 이겨내야 했던 시대에는 부모들이 자녀를 칭찬할 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이런 부모 밑에서 자란 지금의 부모 세대들은 그래서 칭찬에 어색하다. 칭찬이 싫은 건 아니지만 왠지 멋쩍고 맞지 않는 옷 같이 느껴진다. 속으로 칭찬을 바라면서도 잘 받지 못하고, 또 누군가를 칭찬하는데도 인색하다.

반면, 요즘 세대는 어린 자녀에 대한 칭찬이 넘친다. 그래서 아이들의 행동이 자유롭다. 그런데 청소년 시기에 접어들면서 칭찬은 급격히 줄어들고, 오히려 꾸중과 질책이 많아진다. 그러고 보니 여전히 칭찬에 목마른 세상이다. 이렇게 칭찬에 목마른 어린 시절을 보내면 자존감이 낮아지고, 칭찬에 어색해하고 인색한 사람으로 성장한다. 그렇다면, 무조건 칭찬을 많이 해주는 것이 좋은 것일까?

50대의 A는 어려서부터 어머니의 칭찬을 많이 받고 자랐다. 말을 잘 듣지 않았던 동생과는 달리 ‘하나를 알려주면 열을 한다’는 칭찬을 자주 듣곤 했다. 아버지와 관계가 좋지 않았던 어머니는 큰아들이 삶의 낙이었다. 아들이자 남편인 셈이었다. A는 자신만이 어머니의 유일한 기쁨이라는 것을 너무 이른 나이에, 무의식중에 몸으로 알아 버렸다. 집안 청소는 물론, 어머니가 무언가 찾는 것 같으면 재빠르게 달려가 그 물건을 가져다 드렸다. 기뻐하는 어머니를 보면서 A는 착한 아이로 성장했다.

문제는 결혼 후 발생했다. 동갑내기와 긴 연애 끝에 결혼한 A는 자신을 잘 인정해주지 않는 아내가 너무나 서운했다. 애초에 인정을 바라지는 않았지만, 막상 돌아오는 것이 없으니 서운함이 컸다. 아내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았고, 때론 자신을 업신여기는 것처럼 느꼈다. 자꾸만 위축되었고, 자신을 인정해주는 직장과 취미 동호회에 매달리게 되었다. 막차를 놓쳤다고 청주에서 서울까지 데리러 와달라는 직장 상사의 무리한(무례한) 요구를 거절하지 못했다. 자신을 인정해주는 친구가 판매하는 물건을 필요 이상으로 지나치게 많이 구매했다. 이런 남편의 인정욕구에 아내는 몹시 힘들어했다.

칭찬이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건강하지 못한 칭찬은 자녀를 매이게 한다. 특히 부모 사이가 좋지 않은 상태에서의 의존적 칭찬은 더욱 그렇다. 이런 경우 자녀는 싫은 마음에도 거절하지 못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그것이 인성이 되어 버린다. 그래서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도 모른다. 정체성이 분명하지 않은 어른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공부 잘하는 아들 때문에 엄마가 살아. 너는 나의 전부야”라는 칭찬은 아들에게 족쇄가 되어 버린다. 고등학교에서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속상함보다 엄마에 대한 미안함에 더 괴로워하고 자책한다. 상위권 대학에 가지 못한 자신을 평생 부끄러워하며 산다.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자녀는 부모에게 소중한 존재라는 칭찬이 필요하다. “성적이 올라서 이렇게 아빠 마음이 기쁜데, 우리 딸은 얼마나 기쁠까? 그런데 공부를 못해도 아빠는 딸을 사랑한단다”라는 칭찬이 필요하다. 무언가를 잘해야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존재 자체로 인정받아야 건강한 성인이 된다. 칭찬은 인색해서도 안 되지만, 자녀를 매이게 해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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