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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매일] 그들은 그럴지라도 새글핫이슈
기고자 : 배명순 수석연구위원 신문사 : 충청매일 게시일 : 2023.08.28 조회수 : 1,659

[2023. 08. 17. 발간]

 [충청매일 - 오피니언 - 배명순의 the 생각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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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했길래, 학부모들의 갑질이 어느 정도였길래 꽃다운 목숨을 내던진 것일까? 내 아이는 ‘왕의 DNA를 가진 아이이기 때문에 왕자에게 말하듯이 듣기 좋게 돌려서 말해도 다 알아듣습니다’라는 어느 학부모의 담임 선생님에게 보낸 편지가 선생님들의 안타까운 선택에 대신 답을 주었다. 

 교육부 직원이 자기 자녀 담임 선생님에게 보낸 이 편지에는 사실이라고 믿기 어려운 요구사항이 자세히 적혀있다. ‘강력제지하는 말을 들을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분노 솟구쳐오릅니다’, ‘급식을 억지로 먹게 하면 독이 됩니다’, ‘칭찬과 사과에 너무 메말라 있습니다’ 등의 내용은 부모가 해야 할 인성 양육의 책무를 선생님과 학교에 떠넘기는 무책임의 극치를 보여준다.

 이 학부모의 ‘갑질’은 매우 이례적이고 보기 드문 사례이겠지만, 학교에서의 갑질은 어제오늘의 이야기도 아니다. 필자의 학창 시절에는 선생님이 ‘갑’이었다면, 지금은 학부모가 ‘갑’으로 변했을 뿐이다. 

 요즘의 많이 배운 학부모 중에는 작은 손해라고 생각되는 것에도 꼬투리를 잡고, 법을 들먹이며 ‘내가 당신보다 더 똑똑해’라며 선생님과 학교를 위협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한다. 어쩌다 선생님과 학교는 ‘을’이 된 것일까? 점점 거세져 가는 갑질을 우리는 어떻게 멈출 수 있을 것인가? 사실, 갑질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장소, 시기, 형태 그리고 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갑질은 제도나 정책으로 개선될 수 있는 문제가 더 이상 아닌 것 같다. 

 작게는 가정에서, 가장 흔하게는 직장에서, 위협적일 수 있는 국가에서, 그리고 나라와 나라 사이에서도 갑질은 존재한다. 우리는 모두 갑질의 세상에 살고 있지만, 그래서 누군가에겐 거꾸로 갑의 위치에 서 있기도 하다. 

 우리는 갑이자 동시에 을이다. 이 모순된 갑을의 세상에서 우리는 어떻게 처신하며 생활해야 하는 것일까?  합리적이지 않고 부당한 갑질에는 초기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 갑질은, 처음부터 갑질로 시작하지 않는다. 그냥 다소 이상한, 기분 나쁜 또는 그럴 수도 있는 정도로 다가온다. 

 그러다 그것이 먹히면, 조금씩 더 강해진다. 먼저 입사했다는 이유로 나이를 불문하고 선배 대접을 요구하거나, 규정에도 없는 이유를 들이대며 결재를 미루고 도덕적해이를 들먹일 때, 대부분의 신입 직원은 아니꼽지만 요구에 따르고 만다. 상위 기관에서 예산을 쥐고 이래라저래라 흔들 때도 직장을 생각해서 부당한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 그렇게 조금씩, 시나브로 서로가 갑이 되고 을이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어쩌면 내가 주체일 수도 있는 갑질을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두렵고 어렵지만 맞서는 것이다. 그건 아니라고 용기 내어 말하는 것이다. 비록 상대와 불편한 관계가 되고, 다른 어려움이 예상되더라도 손쉽게 당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서는 안 된다. 세상의 갑들, 비록 그들은 그럴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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